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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국립생태원 https://www.nie.re.kr/

2013년 개관한 서천 국립생태원은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2022년 현재) 국내 유일의 국립생태원이다. 결코 하루에 다 즐길 수 없을만큼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오로지 생태 ecology 연구와 교육을 위해 설립된 국립생태원은 한번은 꼭 방문해볼만한 곳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지구의 기후변화가 앞으로 우리 모두의 생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시대에는 말이다.

 

군산 여행중에 이곳에 가자고 하니, 같이 동행한 가족들 반응 중에, 동물원도 많이 가봤고, 각 지자체마다 생태원이 있는데 굳이 가야하느냐 하는 반응도 있었으나, 막상 가보고 나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국립"이란 단어가 주는 (좋은 의미에서의) 권위와 위엄이 있는데, 국립생태원 이라는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곳이다. 규모 뿐만 아니라 전시 퀄리티, 해설사 선생님, 교육 프로그램도 좋았고, 게다가 입장료도 상당히 저렴하여 이 어마어마한 시설을 무슨 재원으로 감당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나무 위키에 따르면 2019년도 기준으로 순수익도 나고 있다는데...

 

입장료 어른 5천원, 청소년 3천원, 어린이 2천원, (유아,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무료)

여기다가 각 지역 다둥이 카드 50% 할인... (다둥이카드 할인이 여기저기 참 쏠쏠한데 ㅠㅠ 얼른 만듭시다.) 

 

동선

우리는 정문으로 입장하여 사슴생태원 앞을 지나 곧장 메인 빌딩인 에코리움으로 직행하여 관람하다가, 기차시간에 맞춰서 서문으로 나왔는데,  다음에 오게 되면 습지 생태원 하다람 놀이터 같은 바깥시설을 좀 찬찬히 관람해보고 싶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갈대밭도 멋있을 것 같은데, 다음에 당일치기로 한번 더 올까?

정문과 서문에서 에코리움까지 가는 길 비교 (출처: 국립생태원 홈페이지)

국립생태원은 아침 9:30 부터 6시까지 (동절기 5시까지) 관람이 가능한데, 정문 혹은 서문을 이용하면 된다.

우리는 군산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방문을 하여 정문을 이용하였지만, 당일날 기차로 오는 경우에는 장항역에서 내리면 서문까지 도보 4~5분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실내 전시장이자 메인 시설인 에코리움과 습지가 서문과 바로 가까이에 있다.

 

정문에서 에코리움까지 1km미터 정도인데, 간헐적으로 출발하는 전기차를 타면 방문자 센터까지 400미터를 이용할수 있다. 에코리움까지 걸어도 15~20분 정도 거리이고 걷는 동안에도 사슴생태원 같이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왠만하면 걸어가는 편이 좋을 듯 하다. 아이들도 무리없이 놀며 걸으며 잘 다녔다.

 

사슴생태원에는 산양과 사슴, 노루, 고라니를 볼 수 있는데, 뿔달린 것은 분명 사슴이고, 다른 애들은 사슴 새끼인지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시간에 쫓겨 관찰하다보니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아무튼 상당히 넓은 부지에서 산양과 사슴 여러마리가 생활하고 있었다. 생태원에서는 얘네들 개체수를 어떻게 조절하나 궁금하다.

 

에코리움 - 실내 전시장이자 메인 빌딩

에코리움 입구에 다다르자 양쪽에는 제주도에서나 볼법한 대형 열대 나무들이 양 옆으로 웅장하게 전시되어 있고, 키우기 어렵다는 멋있는 올리브나무도 여러그루 놓여 있었는데 겨울에 한파가 닥치면 실내로 다시 들여놓는 건가? 아니면 서천은 그정도 한파는 오지 않는 것인가? 이 나무 한그루에 얼마인가? 입장료로 충당이 되나? 이런 으른스런 궁금증이..들었다...

 

Tip: 에코리움에 들어서서는 제일 먼저 할일이 있다. 바로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예약하는 것..! 이미 온라인상으로 예약이 다 찬 것들도 있었으나, 다행히 기획 전시 두개를 적당한 시간에 예약할 수 있었다. 개미탐험전 30분, 한반도의 범 10분이었는데, 해설 프로그램 정말 강추한다. (자세한 내용은 뒤에..)

 

예약을 해두고, 일단 상설 전시부터 봤다. 기후가 무엇인지, 기후대를 어떻게 나누는지, 개요를 설명해주는 전시관을 먼저 보고, 열대관으로 고고~

 

에코리움은 5대 기후관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이 설치되어 있다. 이중에 열대관이 가장 규모가 커서 관람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찬찬히 보는 우리 애들 덕분에 한 시간을 열대관에서 관람하였다. 이후의 나머지 관들은 그정도로 오래걸리지는 않았는데, 온대관은 야외 전시도 있어서 온대관 또한 시간이 꽤 걸린다. 다른 관들도 관의 규모와 상관없이 하나하나 정말 정성을 들였구나, 이걸 조성하느라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관리하는 것도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겠구나 하는 으~른스런 생각이 들었다.

 

전시관은 들어서면 식물원인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드는데, 이를 테면 열대관은 열대 정글에 온듯한 울창한 숲 느낌이 난다. 열대관은 국내 다른 전시장에서는 본적이 없고,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것 같은.. 규모와 시설이다. 울창한 숲속에 그 기후대에 사는 동물들을 함께 전시해 놓은 것인데, 이렇게 한 기후대에 사는 식물과 동물을 모두 아우르는 생명체 군집을 바이옴 biome 이라고 한댄다. 영문으로만 보면 뭐라 발음해야하는지도 모르겠는 이 biome 용어는 으른이된 지금에 생태원에 방문해서야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생소한 용어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용어가 되겠지.

 

우리는 열대관을 보고 난 뒤, 2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예약해 놓은 해설 프로그램을 들은 뒤, 다시 나머지 기후대관을 관람했다.

 

개미탐험전  (꼭봐야함!) 은 아마도 준 상설전시인 듯 한데,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개미 두 종류 - 흔하디 흔한 일본왕개미, 산에서 사는 불개미를 관찰하고, 개미전의 하이라이트인 열대지방에 사는 잎꾼개미를 볼 수 있다. 외국에서 들여온 곤충이라 사육은 불가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이곳 국립생태원에서만 볼 수 있는데, 백문이불여일견이다. 생태원에 가면 꼭 봐야하는 전시라 생각한다.

 

해설사 선생님도 설명을 정말 귀에 쏙쏙 들어오게 잘 해주셔서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모두 알차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박모 여자 해설사 선생님 설명 잘들었어요! 한반도의 범은 우리가 갔을 때가 마지막 전시 해설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철수 했을 것 같다. 한반도의 범 또한 잘 모르던 내용들이 많아서 흥미진진 했는데,  세계의 호랑이 분포 지도를 보니, 일본에는 아직 호랑이가 사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네? 일제시대에 호랑이를 많이 잡아서 멸종에 이르게 되었다 들었는데... 일본에는 호랑이가 얼마나 서식하는지 궁금하다.

 

관람후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30분 정도 진행되었다. 제주도 구상나무 이야기도 나왔는데, "유명한 크리스나무가 바로 우리나라 재래종인 구상나무다" 라는 이야기는 전에도 얼핏 들은 적은 있으나 그냥 국뽕에 의한 소수의 의견이라 치부하고 흘려들었던 바로 그 이야기 아닌가? 국립생태원에서 하는 이야기이므로 검증된 이야기이겠으나, 여전히 서양에서 크리스나무 장식한 것이 언제부터인데, 우리나라 제주도 구상나무가 사용된 걸까? 하는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나중에 검색해서 찾아보니 동아사이언스의 기사에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2208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그 배경을 조금 더 자세히 해주시면 좋을 듯 하다.

 

사막 여우와 구상나무를 색칠하여 열쇠고리를 완성하는 활동이 있었는데, 그것도 아이들이 좋아하였다. 학교와 유치원에서도 같은 재질의 열쇠고리를 색칠하는 활동을 한적이 있어서 집에도 비슷한 것들이 있는데, 포켓 몬스터 같은 캐릭터 카드 모으듯이 모으는 재미가 있어도 좋겠다. 그럼 좀 더 소중하게 간직하려나...

 

조금 아쉬웠던 점과 앞으로 기대하는 바를 적어보자면

-. 전시장 시설이 방대하긴 하지만, 몇몇 혹은 대부분 동물들에게는 여전히 작은 사이즈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를테면 (이름 까먹은) 큰 거북이가 있었는데, 그 거북이가 사는 곳은 덩치에 비해 너무 좁아 보였다. 좀 더 자연에 가까운 시설을 유지할 수 없을까? 아마 그것만 해도 비용이 또 만만치는 않으리라... 입꾼개미 전시장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면 좋겠다.

-. 어쩌면 이미 있는 프로그램을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을 수 있는데, 생태원을 관리하는데 드는 노력이 얼마나 드는지,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동물 개체수는 어떻게 유지하는지, 목표가 무엇인지, 각 구성원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런 내용도 교육/전시 프로그램에 알차게 들어가면 좋겠다. 생태원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해도가 넓고 깊어지는 효과가 있을 듯 하다. 아이들 진로 교육도 겸할 수 있고.

-. 스무디킹의 일회용기 사용. 요즘 다회용기 도입을 한다는 뉴스를 봤는데, 우리가 방문한 시점에는 시행이 되지 않고 있었던건지, 에코리움의 유일한 카페였던 스무디킹에서 일회용기를 사용하고 있으니 아쉬움이 컸다. 카페나 카페테리아도 미래 생태환경과 연계한 컨셉으로 운영이 되면 참 좋겠다.

-.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이 에코리움에만 있다고 한다. 정문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짐을 다 들고 에코리움까지 걸어가야 한다. 어차피 당일날 장항역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에코리움 짐 보관함을 이용하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정문을 왕복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많이 힘들 것 같다.

 

교사들 대상으로 생태교육 연수도 한다고 하니, 선생님들 부럽습니다~ 저도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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